<정상적 슬픔>
정상적인 슬픔을 불러오는 관념들 중에, 다른 모든 관념들이 그곳으로 불가피하게 수렴되는
중심적인 관념이 있는데, 그건 상실의 관념, 곧 잃어버렸다고 하는 정의하기 힘든 감각이죠.
무엇을 잃어버린 걸까요?
내가 가졌던 것,
내가 애착하던 것을 잃어버린 것이죠.
슬픔은 잃어버린 사랑에서 나오는 것 외에는 없어요.
그러므로 슬프다고, 정상적으로 슬픔을 느낀다는 건 우리가 사랑했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또 아쉬워하는
어떤 존재나 물건, 혹은 어떤 이상을 잃어버렸다고 느낀다는 거예요.
<우울증의 슬픔>
그러면 우울증 환자에게 병적인 슬픔을 일으키는 관념은 어떤 걸까요? 이 또한 사랑을 잃어버렸다는 관념이죠.
하지만 여기서의 사랑은 융합적인 사랑을 뜻해요. 우울증의 슬픔은 융합적인 사랑의 상실에서 나온 것 외에는 없어요.
정상적으로 슬픈 사람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면
"내가 사랑했고 지금도 그리운 그것을 잃어버려서 슬퍼."
우울증 환자는 이렇게 말하지요.
"난 슬퍼, 아니 그 이상이지, 난 슬픔 덩어리야. 나는 골수까지 슬픔을 느끼는데다 항상 슬픔을 느껴.
심지어 잠을 잘 때도 난 슬퍼. 내가 영혼까지 매달렸던 그 환상, 내가 나일 수 있도록 힘을 주던
그 환상을 놓쳐버려서 슬퍼. 어떤 환상이냐고? 완전무결한 사랑으로 사랑을 받는다는 환상이지. 그리고
이 환상 너머에는 언젠가 완벽해지리라는 환상이 있어. 이 두겹의 환상을 잃어버리면서 나는 본질을,
나 자신이었던 그 본질마저 잃어버렸어."
따라서 이렇게 요약할 수 있어요
정상적인 슬픔이 있기 위해서는 사랑을 했어야 하고
그 사랑을 잃어버렸어야 합니다.
그리고 우울증의 슬픔이 있기 위해서는,
융합적인 사랑을 했어야 하고,
그 사랑을 잃어버리면서 자신까지 잃어버렸다고 느꼈어야 해요.